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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칼럼] 캐릭터의 나이는 다양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작성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작성일
2021-10-05 10:25
조회
111

캐릭터의 나이는 다양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조혜영 영화평론가

영화 캐릭터의 다양성이나 성별균형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난 7월 칼럼(벡델 테스트 사용법에 대하여)에서 소개했던 벡델 테스트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질문을 담을 수 없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양한 테스트 혹은 지표를 목적에 맞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캐릭터의 나이와 성별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2009-2018년 매해 흥행 50위에 오른 한국영화의 주연 캐릭터 연령을 보면 성별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도표1]). 여성 주연은 40.1%로 20대가 가장 많은 반면, 남성 주연은 42.4%로 30대가 가장 많다. 여성 주연은 30대(31.9%)가 그 다음으로 많고, 남성주연은 40대(32.4%)가 그 다음으로 많다. 즉 전체적으로 남성 주연의 연령대가 여성 주연보다 높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468편을 분석한 이 결과는 한국영화에서 여성 주연 캐릭터에게 20대의 젊음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이 주도하는 서사는 젊음이 중요한 요소인 청춘 로맨스나 성장물에 몰려있거나 여타의 다른 장르라 하더라도 로맨스 서사에서 남자 주연의 이성애적 대상이 되는 역할에 한정되는 경향과 연관이 있다. 또한 이러한 나이 차이로 인해 여성 주연과 남성 주연의 역학관계가 고정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서사를 이끌어갈 때 남성이 직업적으로 더 경험이 많거나 직급이 높을 가능성이 많다. 다시 말하면, 미숙하거나 신입인 여성을 남성이 이끌어 주는 구도로 흐르며 여성의 서사가 남성의 서사에 종속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서사 내에서 이러한 구도가 고착되고 캐릭터에 대한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고 결국은 캐릭터와 서사의 다양성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일관된 경향은 문제적이다.



여성 주연의 연령대가 남성보다 일관되게 낮은 경향은 단순히 캐릭터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들의 경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배우들은 20대~30대에 주로 주연을 맡고, 연기 경력이 무르익고 장르영화에서 삶의 깊이나 직업적 노련함을 보여줄 수 있는 40대에는 주연을 맡을 기회가 적어진다. 40대 여성 주연은 11.3%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성은 40대까지 주연을 맡으며 주연 배우로서의 경력을 연장할 수 있다. 이것은 당연히 남녀 배우들의 평균적 출연료의 차이를 가져온다. 주연으로 경력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남성배우들이 여성배우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출연료를 받게 된다. 흥미롭게도 60대 주연은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더 높다. 그것은 아마도 모성이나 억척의 특징을 가진 ‘할머니’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서사가 한국영화에서 명맥을 이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던 주연 배우의 연령은 2019년과 2020년에 큰 변화를 보이게 된다. 이 변화는 흥행영화에서 여성감독과 여성주연의 비율이 높아진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9년에는 흥행 순위 30편 중 여성감독이 연출한 영화(<82년생 김지영>, <돈>, <가장 보통의 연애>, <말모이>, <생일>)와 여성이 제1주연을 맡은 영화(<82년생 김지영>, <뺑반>, <유열의 음악앨범> <걸캅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모두 5편이었다. 이전 10년과 달리 여성 캐릭터는 30대(33.3%)가 가장 높았지만 20대(30.0%)도 비등하게 높았다. 반면 남성 캐릭터는 40대(53.7%)가 월등하게 높고 그 다음으로 30대(26.7%)였다. 50대와 60대는 여성과 남성 모두 0%였다.



2020년에도 흥행 30위 영화 중 여성감독 영화는 5편(<정직한 후보> <침입자> <소리도 없이> <내가 죽던 날> <디바>)이고 제1주연이 여성인 영화는 11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결백> <내가 죽던 날> <디바> <정직한 후보> <오케이 마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침입자> <오! 문희> <조제>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었다. 2018년 흥행 30위 내에 여성감독 영화 2편, 제1주연이 여성이 영화 6편에 비하면 2019년과 2020년 모두 성별균형이 나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주연 연령의 변화도 가져왔다. 2020년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 30대가 가장 높고(여 42.9%, 남 35.7%) 그 다음이 40대였다(각각 여 25.0% 남 28.6%). 수치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순위에 있어서는 여성과 남성 주연의 연령의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실제로 2020년은 김혜수, 라미란, 엄정화, 전도연, 나문희, 이정현, 신민아, 한지민 등 오랜 경력을 갖고 활동한 배우들이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해였다.

당연히 20대 여성 주연 영화가 문제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 주연에게만 집중적으로 젊음을 강요하는 경향은 여성 캐릭터의 역할과 배우의 경력을 한정할 수 있다. 주연의 다양한 나이는 다양한 여성서사와 장르를 가져오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혜영 영화평론가

다수의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프로젝트38> 연구원으로 영화와 디지털 미학에 대한 글을 쓰고 가르치고 있다. 『한국영화성평등 정책수립을 위한 보고서』 책임연구를 맡았으며, 공저로 『원본 없는 판타지』, 『을들의 당나귀 귀』, 『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오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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